서울시내 한나절 산책 - 김상아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인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한일포럼’홈페이지에 있던 ‘토요일 오후에 일본인과 친구되기 봉사활동’ 공지를 보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해서 둘이 신청하게 되었다.

5월 4일 토요일, 서둘러 약속장소로 출발했지만 지각하고 말았다. ‘너만 오면 다 왔어, 얼른 와’라는 친구의 전화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있어서 놀랐고, 정말 죄송했다. 이 날은 일본인 고등학생들도 함께 했다. 나는 일본인 나오코さん, 한국인 현지, 혜민, 나 이렇게 4명이 같은 조가 되어 하루를 함께 했다. 서울에 살고 있었지만 처음가보는 장소도 있었고, 일본인선생님께서 가이드를 해주셔서 그런지 더 새로운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시청이었지만 지금은 도서관이 된 시청도서관, 몇 안 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공회성당 등을 구경했다. 처음엔 어색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몰라서 사진만 찍었던 것 같다. 하지만 덕수궁에서 수문교대식을 보고, 안을 둘러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쉬는 동안에 서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나오코さん은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온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되었다고 했지만, 벌써 한국에 적응한 것 같았다. 일본인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한 건 처음이었다. 말이 통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고, 나도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가면 일본인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여러 행사를 하고 있는 돌담길을 걸으며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날씨가 풀려서 산책하기에 좋았다. 역사박물관에서 봉사단체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서울을 축소시켜놓은 관람실을 구경했다. 어디를 구경했는지, 어디가 가고 싶은지 이야기를 하면서 가보면 좋을 만한 곳을 추천해주고, 기회가 되면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

경찰이 지키고 있던 일본 대사관과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지날 때, 일본에 대한 항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었던 것 같다. 일본인 선생님이 사진을 찍으시던데, 혹시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진 않았는지, 한국에 반감을 갖게 되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시간상 조계종까지 못 가고 프로그램이 끝났다. 가이드선생님과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지게 된 것 같아 뭔가 아쉬웠다.

나오코さん과 현지, 혜민, 나는 인사동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되도록이면 맛있는 한식을 먹었으면 해서 한식집으로 향했다. 된장찌개와 순두부찌개, 불고기를 시키고 수다를 떨었다. 혹시나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맛있게 먹어주어서 다행이었다. 밥을 먹는 동안은 일본과 한국의 다른 점이랄까, 차이점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수저를 세로로 놓는데, 나오코さん은 수저를 가로로 놓는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사소한 차이지만, 책이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문화차이를 경험하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저녁을 다 먹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근처를 돌아다녀 볼까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어딜가야할 지 몰라서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고 헤어졌다. 카카오 톡으로 사진을 공유하고, 다음에는 대학생들이 자주 가는 곳이나 맛 집에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이 걸었고 날씨가 더워서 힘들었지만, 신청하기 전에 왜 걱정을 했을까 할 정도로 즐거웠다. 일본인과 한국인친구도 사귀고, 참가후기를 쓰면 봉사활동 시간도 받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만약, 서울구경을 하면서 일본인친구를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